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학생글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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Home > 명예의 전당
 
 
  이하
  1979년 서울 출생
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
2005년 제12회 <실천문학 신인상> 수상

그해 여름 임동확 선생님을 처음 찾아갔을 때, 나는 호되게 혼나고야 말았다. 이제껏 시를 미사여구나 감각으로만 쓰는 줄 알았는데, 그걸 다 해체해버리라고 하시니, 결국 내 글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. 순간 내 존재가 없어진 것만 같았다. 시는 무엇일까, 시 쓰기는 무엇일까. 몇날 며칠 스스로를 채찍질하고, 버리고, 해체하는 일과의 연속이었다. 그러면서도 다시 선생님께 시를 보여드렸다. 선생님께 혼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, 시를 못 쓰게 될까봐 더 두려웠다.

그러면서 시는 책상 앞에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. 시는 속일 수 없다는 것과 내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도 조금이나마 깨달았다. 소재주의를 경계하고, 되도록이면 많이 돌아다녔다. 시인들의 시를 엿보면서 묘사에 신경 쓰기보다는, 시 밖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들의 투박한 정서를 진술하는데 시간을 보냈다. 무모하리만치 습작만 하였다.

무엇보다 창작아카데미 선배님들의 비평과 격려가 나에게 큰 도전을 주었다. 염치나 체면은 다 버리고 거침없이 질문하고, 거침없이 요청하였다. 내가 습작했던 시의 거의 대부분은 그분들의 흔적이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, 선배님들은 열의에 차서 내 시를, 그리고 나를 꾸짖어주셨다.

선생님과 선배님들의 글에 조금이라도 가 닿을 수 있을 때까지 부단히 시를 쓰는 것이 이제 내가 할 일인 것 같다. 전보다 더 질문하고, 전보다 더 혹독하게 회초리를 맞으리라.

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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