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학생글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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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고은주
  1977년 제주 서귀포 출생
2003년 중편 「산불」로 제1회 <제주 4.3문학상> 수상
현재 경기도 고양시 거주

2002년 2월, 상경을 하는 내 짐 보퉁이에는 두 편의 소설이 있었다. 화곡동에 거처를 마련하고 컴퓨터를 사들이고 아트앤스터디를 열어보았다. 상경하기 전 창작방에 올려놓았던 내 소설에는 그 사이 선생님과 회원들의 감상평이 올라와 있었다. 그들의 고평에 나는 수없이 변을 달아댔다. 저는 소설을 쓴 게 아니에요. 그저 제 얘기를 했을 뿐이라구요. 그러니 저를 욕하지 말아주세요…… 그러나 나는 은밀히 그들의 평을 메모해두고 두 편의 소설 중 한 편을 중편으로 개작하였다. 그 소설을 다음해 고향으로 내려보내 이른바 ‘문학상’을 받게 되었다.
등단을 하면 모든 게 해결돼 있으리라던 착각에 빠져 있던 적이 있었다. 등단을 하고 한 십 년만 지나면 글쓰기가 한결 수월해지리라던 착각에 빠져 있던 적이 있었다. 그러나 손목을 끊어내고 싶을 만큼 글쓰기가 고통스럽다는 어느 중견작가의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. 그 고통스러움을 나는 과연 언제까지 감내할 수 있을 것인가. 아니, 고통스럽다고 고백할 만큼 나는 제대로 고통스러움을 느껴본 적이라도 있었던가.
스물아홉의 여름, 나는 정말이지 순수한 고백을 하고 싶다.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으리라는 절박감으로, 육체화된 언어밖에는 사용할 줄 모르는 고향의 아버지 어머니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날것의 언어로 말이다.
그런데 이와 같이 써놓고 말을 고르다보니 나는 도무지 더는 써나갈 수가 없는 것이다.
아다다처럼 어버버버 몸을 떨다가 생을 마감하는 게 차라리 순수한 삶일까. 아무리 쓰고 또 써도 우리는 끝내 결백해질 수 없다는 변명으로 체념을 해도 된단 말인가. 타성에 젖어 살아가게 될 내가 두렵다. 타성을 갖지 않고는 사회인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도달할까봐 두렵다. 숙명처럼 안고 있는 불안감과 죄책감이 나의 유일한 도덕성이라는 그 나태한 믿음도 이제 그만 시정하려 한다.
그래, 나는 고백한다. “불안감과 죄책감일랑 개나 물어가거라!” 누구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주 좋아할 말이다.
 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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